끝날듯 끝난 것 같은 끝나지 않은 필드 이야기.
아침에는 남은 짐을 꾸렸다. 이거저거 버리고 나면 얼마 안 될 줄 알았던 짐과 고군분투하며, 다 챙겼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디선가 꾸리지 않은 전기포트를 발견하는 등의 일을 두세번 반복하다가 결국 박스 하나를 더 사용했다. 총 세 박스의 택배를 보내고도 가방을 메고 캐리어를 들고 나와야 했다. 냉장고는 냉동실이 없다는 이유로 헐값에 팔렸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이쁜 내 냉장고한테 못 하는 말이 없어, 흥. 방 청소도 뽀득뽀득 하고 나왔다. 더운 날씨에 이미 땀범벅이었다.
서울에서는 본디 강북 지역에서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었다. 저녁 시간대에 할 것 같아서 처음 생각에는 일단 동네로 좀 돌아와서 짐도 내리고 씻고 인터뷰하러 가려고 했는데, 점심무렵 하자고 하여 캐리어를 들고 낑낑거리며 이동을 시도했다. ..는 트럭을 몰고 다니시는 피면담자께오서 중간 지점(?)쯤에서 만나서 태워주시겠다고 하여 실려갔다. 답례도 뭐도 준비 못 하고 가서 찐 옥수수만 얻어먹고 돌아왔다.
새삼스럽지도 않게 서울을 대각선으로 질러 내려왔다. 집에 돌아와서 짐을 풀고 약간의 청소(...)와 버리기를 시전한 후 도시에 왔으니 내가 한 밥을 먹을 수 없다는 일념으로 치킨을 시켰다. 치킨은 진리십니다, 치멘. 이제 어제 다 못한 필드노트와 오늘 인터뷰를 정리해야겠다. 끝난듯 끝나지 않은 필드라고 하지만 그래도 돌아오니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