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바깥에서 울리는 날카로운 비명 소리에 잠을 깼다. 순간 꿈인지 현실인지 몽롱했다. 더듬어 보니 꿈의 마지막은 분명 교실 같은 세팅에서 찬송가 같은걸 부르고 있었던 평화로운(?)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여자 비명 소리에 잠을 깬게 맞는 것 같은데,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아도 될지 아닐지 신고를 해도 될지 아닐지 망설이고 있었다. 다시 비명 소리가 났다. 머리 맡에 둔 폰으로 112에 전화를 걸었다. 주소를 이야기했더니 즉각 출동하겠다고 했다. 여전히 누워서 바깥을 내다봐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무서워져서 웅크리고 잠을 청했다. 제발 아무 일도 아니기를 바라면서, 온갖 끔찍한 상상을 하면서. 다행히 더 이상의 비명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 말고 누군가라도 신고를 했었겠지 좀 덜 지체하고. 몇 분 후에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조치를 취했으니 안심하라는 논지의 답신이었다. 조치를 취했다고 하니 왠지 취객이 연루된 별 거 아닌 상황인듯 해서 좀 더 안심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이게 다섯시에서 여섯시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평소에 일어나는 시간에 다시 눈을 떴는데, 오늘은 기필코 아침 운동을 가리라고 다짐하고 잠들었음에도 새벽의 일이 떠올라 괜시리 나가기가 무서웠다. 게다가 다시 잠든 사이에 꾼 꿈은 불쾌하고 찝찝하고 무서운 내용이었다. 꿈의 잔상을 지우려고 다시 이불을 덮었다. 아침 운동을 그렇게 말아먹고 느지막히 일어나서 씻고 학교를 왔다.
생각해보니 옛옛집에 살던 시절, 새벽 두시 쯤 살려 달라는 여자의 외침이 바깥에서 들려와서 룸메들과 덜덜 떨면서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었다. 그 때는 가정폭력 상황이라고 답신을 들었었는데, 그렇다고는 해도 당시의 우리는 덜덜 떨면서 잠에 들었었다. 그래도 그 때는 (지금 보다) 겁도 없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과 같이 살던 시절이었다.
아무래도 빨리 졸업하고 이 동네를 떠나야겠다.